[시] 산다는 것 -박경리-

2014-02-27

산다는 것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들면
바쁜듯이 뜰 안을 왔다갔다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더 생광스런 말이 또 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한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P.S
항상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매일이 마지막 날인것처럼 그리고 영원히 살것처럼
감사하며 사랑하며 일하며 배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