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한 썰

2019-02-11

2018년 9월 10일 노원경찰서로부터 피고소 사실에 대해 전달 받고 출두해 40여 분간 조사를 받았습니다. 고소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사이에 오고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어느새 유명인(?)이 돼 있었던 것입니다. 민사도 아니고 형사입니다. 🤣

당시 한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제가 작성했던 글을 우선 첨부 합니다.

피고소시 도움을 받을수 있는 내용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비슷한 상황을 겪을시(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이 깁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은 아래 세줄 요약을 참고하세요.

[세줄 요약]

  1. 아파트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해 관리소장으로 부터 고소 당함.
  2. 고소 방어를 위해 노력함.
  3. 검찰청으로 부터 적절한 처분을 받음.(어떤 처분이었을까요? 😙)

고소로 조사받은 당일 커뮤니티에 작성했던 글 (사건발생 : 2018. 9. 10)

안녕하세요?

오늘 경찰서에서 갑자기 연락받고 조사 받고 나왔습니다.

고소인은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원인은 고소인이 게시한 엘리베이터 안의 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했다는 사유에서 입니다. 재물/문서 손괴죄 인 것 같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아마 작년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아파트 동대표가 선출되고 나서부터 다음 등의 이유로 단지내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경비원 계약문제
  • 어린이 놀이터 주차장으로 변경관련 동의서 위조문제
  • 노후배관 교체문제
  • 예산사용 문제
  •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 관리비 사용 문제
  • 선거인단 구성문제

아파트 관리 주체(관리사무소, 이하 A)아파트 정상화 대책 협의회(이하 B) 두 그룹사이에 공방이 끊임없이 이루어졌고 공방의 장소는 주로 아파트 게시판이나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물을 매개로 이루어 졌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더 이루어 졌을수도 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않는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었습니다.

문제제기 (1/2)

문제제기 (2/2)

문제제기에 대한 반박

또 다른 문제제기

너무 많은 공방

이후 공방의 장소는 단지를 넘어서 아파트 단지 내 공간까지 확대 됐습니다. B에서 아파트 곳곳에 빠짐없이 A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대략 20개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제기 현수막1

문제제기 현수막2

이런 상황에서 관리비 문제로 다시 한번 공방이 이루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A에서 먼저 문제 제기 게시물을 게시했고 B에서 이에 반박하는 게시물을 올립니다.

관리비 관련 문제제기

관리비 관련 문제제기 반박

제가 관련된 문제는 여기에서부터입니다.

B의 게시물은 단 한 장인데 비해 A은 엘리베이터 삼면에 마치 방 도배를 하듯 10장도 넘는 게시물로 도배를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불쾌한 게시물입니다.

도배한 게시물1

도배한 게시물2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 쯤 지났을까요? B의 게시물은 철거가 된 반면 도배돼 있는 A의 게시물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1. 한 장만 게시돼 있어도 충분히 무슨 의미인지 아는데 왜 도배를 해 놓았는지?
  2. 언제까지 게시할 예정인지?

제 질문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할 뿐, 위 두 질문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화받으시는 분이 이 사항에 대해 결정권이 없는 분이라 판단해 관리사무소에 찾아갔습니다.

같은 질문을 하니 관리소장이(오늘에야 이 사람이 소장인줄 알았습니다.) 도리어 화를내며 반문하며 이야기 했습니다.

왜 바깥에 게시돼 있는 현수막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하고, 엘리베이터에 게시물에 대해서만 이의를 제기하냐. 현수막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하라고

게시물 철거에 대해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요지부동으로 현수막 제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만 되풀이 했습니다. 저는 황당했습니다.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는지…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 안에 그렇게 도배를 해 놓으면 주민이 보기에 흉물스럽고 불쾌해한다는 것을 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그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자신이 그렇게 해놓은 이유 중에는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이의를 제기 했을 때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이용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일부의 이유라고 했지만 저는 그게 전부인 이유로 들렸습니다. 다시말해 게시물의 용도는 정보를 알리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주민을 불편하게 만들어, 자신의 상황에 이용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게시물은 게시판에도 공고돼 있을 뿐더러, 그동안 충분히 게시가 돼 주민들 모두가 게시물 내용에 대해 파악한 상태이고, 반박문을 도배해 게시한 목적이 주민을 압박해서 자신의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라 판단했고, 게시물 철거도 요지부동으로 안한다는 입장을 보여서 제가 임의로 집에 차압딱지가 붙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분 나쁜 게시물을 모두 철거했습니다.

그러자 관리소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제가 게시물을 떼는 장면을 CCTV에서 캡쳐해서 고소장에 첨부했더군요. 또 신원은 경비원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고소장을 받기 얼마전 경비원이 제가 몇호에 사는지 갑자기 물어봤던게 떠오르더군요.😡

현재상황은 여기까지 입니다.

법적인 지식이 없어 관련해 검색을 해봤는데, 이런 손괴죄 관련해서는 상황과 상관없이 고의로 한경우에는 무조건 유죄가 선고된다는 내용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는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제가 관리소장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관련해서 어디 도움을 요청할만한데가 있을까요? 아니면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이나 경험 나눠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 대응1 (고소 대응문서 제출 : 2018. 9. 11)

재물•문서손괴죄는 형사사건으로 3년이하의 징역 혹은 7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습니다.

알아보니 이 사건은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몇십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예상됐습니다. 예상되는 벌금액수가 크기 않아서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만에하나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납득할 수 없고 너무 화가날 것 같았습니다. 당시 구직중인 상황이었고 구속이 된다거나 큰 경제적 손실을 입는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하는게 필요했습니다.

우선 관리소장과 대치중이었던 아파트 정상화 대책 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해 고소에 대응할 문서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제가 그 내용을 정리한 추가진술서를 작성해 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제출한 추가 진술서

아파트 정상화 대책 협의회를 통해 알게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관리소장으로 부터 저와같이 고소당한 사람이 저를 제외하고 6명이나 더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동에서도 저와 같이 게시물을 참지 못하고 철거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고소당한 것이었습니다.😳

대응2 (구청, 주민센터에 문의 : 2018. 9. 14.)

  1. 구청에 문의를 해보니 구청을 지원하는 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상담을 예약하고 사건에 대해 상담 받았습니다.

  2. 주민센터에도 문의를 해보니 변호사와 전화로 상담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연락처를 남겨 이후 변호사와 통화해 상담 받았습니다.

사건 처리 (불기소 의견 송치 문자 수신 : 2018. 10. 26)

고소가 접수된 사건은 경찰에서 1차 조사 후 조사결과에 의견을 첨부해 검찰에 보내게 됩니다.

“제가 조사해 봤는데, 이건 죄가 있어/없어 보여요.” 라는 의견을 포함해 검찰에 넘겨주는데 이 의견은 어떤 법적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검찰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참고하게 됩니다. 그래도 1차적인 그리고 직접 고소인/피고소인과 대면해 조사한 기관에서 낸 의견이니 의미가 있습니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

10월 16일 제 고소 사건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갑니다. 다시말해 경찰에서는 이 사건 재판할 필요가 없다고 검찰에 의견을 제출한 것입니다. 이 문자를 받고 기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에서 무죄처분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

최종결과 (무죄 처분 : 2018. 12. 20)

검찰청으로 부터 제가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무죄라는 결정을 우편으로 통보해 주었습니다. 😄

느낀점 / 배운점

저는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느꼈고 배웠습니다. 무고죄로 맞고소를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관리소장은 그냥 상종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1. 미친개 근처에는 가지 말자.
알고보니 제가 게시물을 철거할 당시 관리소장과 아파트 정상화 대책 협의회 사이에 이미 서로 수많은 고소/고발을 주고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던 중 제가 그 고소/고발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갔던 것이죠. 관리소장은 당시 벌금도 많이 내고 있던 상황이라 화가 머리 꼭대기 까지 차있던 상황으로 보입니다. 엘리베이터 내에 게시물로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을 보고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예방주사
다음에 이런 일이 있는 경우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한번 더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조사받으러 끌려다니고 대응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쓰이는 신경을 합치면 그 에너지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3. 구청에는 구청 변호사, 주민센터에는 마을 변호사가 있다.
조그마한 사건에 대해서는 구청과 주민센터의 변호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

사필귀정 :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자신의 해고를 결정할 수 있는 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실시하는 조직)을 막고 질질끌며 방해하다 결국 선거가 실시되고, 이 관리 소장은 해고 되었습니다.

이상 고소당한 썰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고소 경험을 하지 않으시길!